도내 인문계 고등학생 학교생활 시간 너무 많다.
- 가족과의 대화, 취미활동, 독서 및 논술 준비 시간 턱없이 부족
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은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고등학교 학생의 학교와 가정생활 및 독서와 논술 실태 등을 알아보고자 도내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 1077명의 생활 실태를 조사하였다. 이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1. 도내 인문계 고등학생들은 72.5%가 학교에서 14시간 이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이유는 학생 중 야간 자율학습에 83.6%가 참여하기 때문이며, 그 중 63.7%가 10시 이후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3의 경우 40%가 11시 이후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 결정 주체를 묻는 질문에 학교나 선생님이 결정한다(51.4%)는 응답이 본인이 결정한다(36.3)는 답변보다 많았다. 자율학습이지만 그 결정을 학생의 자율에 맡기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최소한 자율학습만이라도 학생 스스로 선택하게 해,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기 책임의식을 높여야 한다.
3. 현재 휴일에 등교하는 학생의 비율은 휴일에 대부분 등교한다(23.1%)와 주5일제 휴무일에 등교한다(12.4%)를 합해 총 35.5%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3학년은 조사 대상 학교 12개 중 11개 학교(3학년 학생비율 86%)가 휴일에 등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휴일 등교에 대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18.5%이며,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는 76.3%로 조사되어, 학생들 대부분이 휴일 등교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한 학생들에게 공휴일이나 국경일만이라도 여유롭게 생각하고 생활할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주어 학습의 집중력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가족과의 대화시간은 1주일에 평균 2.5시간 정도로 하루에 2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1주일 가족과의 대화시간이 1시간 이하인 경우가 33.9%로 학생들의 1/3이 가족과의 대화시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취미 활동 시간에 대해 78.7%의 학생이 부족하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70%의 학생이 학교 공부나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답변하였다.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신체적 심리적인 발달을 도모하고, 취미나 특기를 개발하여 자기정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심리적 안정, 신체적 발달과 자기정체감 향상은 학습 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5. 대학입시에서 통합적 사고력을 향상을 위한 독서 논술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독서 실태와 논술 준비에 대해서 조사하였다. 학생들의 독서시간은 1시간 이하가 70.4%로 대부분 거의 독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논술 준비에서도 71%가 논술에 대해 특별한 준비 없이 보내고 있다고 응답하여, 도내 고등학생들은 독서와 논술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술교육이 제대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1)대학 입시 부담의 축소(26.7%), 2)깊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25.3%), 3)다양한 분야의 독서 및 토론 활성화(17.6%) 순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논술교육을 위해서는 거창한 정책적 대안보다는 입시부담의 축소, 여유로운 시간의 확대, 독서 및 토론 문화의 활성화 등 기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6. 종합적으로 볼 때 인문계 고등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에 83.6%가 참여하는 등 너무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어 가족들과의 대화시간과 취미활동을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대학입시에서 독서와 논술이 중요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독서시간이 부족하고, 논술 준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대학입시 부담의 축소와 깊게 사고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토론의 활성화 등 기본적인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었다.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간만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이 적절할 때 생산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학습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생활에서도 야간 자율학습 시간의 증가, 휴일 등교의 확대 등 학습시간만을 늘리는 방안은 학습의 효율성과 집중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학습시간 늘리기 경쟁은 대학 입시가 다양화되고 특성화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의 현실에도 맞지 않아 도내 학생들의 경쟁력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전북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교 간 무작정 학습시간 늘리기 경쟁이 아닌, 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학교, 학부모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