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별 평가: 정부에만 맡겨서는 안될 것 같아서, 나서 보려 합니다.”
* 이 글은 좋은교사운동이 주관한 교사평가 세미나 초대의 글입니다. 자료집은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
지난 2004년 10월, 2008년 대학입시제도 개선안이 발표되는 시점에, 소위 ‘교사별 평가’라는 생소한 개념의 제도가 2010년 중학교부터 도입된다는 정책도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은 이 ‘교사별 평가’가 그동안 논의되어 왔던 ‘새 교원평가제도’가 아닌가 혼란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교사별 평가란 ‘가르치는 자들이 아이들을 평가한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요, 지금도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이 다섯 글자의 개념은 우리 교육의 문제의 핵심을 관통하는, 교원평가제와는 전혀 다른 매우 심각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 개념 속에는 오늘날 교원들이 가르치는 일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자신들이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기획하는 기회를 막고, 자신의 전문가적 판단에 의해 ‘소장(訴狀)’을 쓰거나 ‘소견서’를 쓰는 판사나 의사처럼 그렇게 전문가적 양심에 의한 평가권을 갖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어야한다는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말하자면, 교사들에게도 가르치는 권한과 학생을 평가하는 권한을 외국 대부분 국가들처럼 제대로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를 현실 속에 반영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혼란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획일화된 교육과정, 교과서, 학교체제, 수업 방식, 그리고 평가, 다양성과 창의성이 도무지 살아나기 힘든 구조를 깨고, 교사가 수업을 기획하고 교육자적 양심과 전문성에 의거해 평가를 하자는 당연한 주장을, 다들 마뜩찮게 여기고 있습니다. 정부도 대학도, 학부모도 원치 않지만, 교사 자신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전문성을 믿지 못하고, 교사들은 교사별 평가가 가져올 부담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정부도,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당장 고등학교부터 적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2010년 중학교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와 관련해 외부 용역을 통해 실시한 작년 공청회를 보니, 참 어이가 없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말이 교사별 평가이지, 그 원래 정신은 찾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대학입시의 입시구조의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대학 입시와 비교적 먼 중학교부터 적용되는 제도까지 그렇게 만들어서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사별 평가’ 도입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는 ‘학부모, 교원, 시민단체 운동가, 전문가들’이 나섰습니다. 정부가 무엇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먼저 그 흐름을 이끌고 나가야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모임이 그간의 고민을 정리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모쪼록 이 모임이 교사들에게 교육 기획권을 제대로 부여하여 교사별 학생 평가가 온전하게 도입되는 소중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4월 22일
교사별 평가를 준비하는 모임 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