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력 교육 운동]'괴물' 제작 최용배 대표 특강
2007년 06월 03일 (일) 김종성 기자 jau@sjbnews.com
▲ 1일 전주교육청 영재교육원 시청각실에서 도내 초중고 교사와 학생 100여명이 '청어람' 최용배 대표의 영화이야기를 청취하고 있다.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던 영화 ‘괴물’.
이 ‘괴물’을 만든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44) 대표가 지난달 31일 전주를 찾았다. 최 대표는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원장 최순삼) 초청으로 이날 오후 전주교육청 영재교육원 시청각실에서 도내 학생과 교사들에게 영화와 관련한 특강을 했다.
최 대표는 ‘쉬리에서 괴물까지 영화인의 콤플렉스’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고교시절 영화인이 되고자 했던 꿈과 한때의 외도, 다시 영화계로 돌아와 성공을 이루기까지의 인생을 이야기했다.
그는 강연시간 내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방점은 ‘상상력’과 ‘도전’에 찍혔다.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고, 도전을 통해 성공을 이룰 수 있음을 어린 학생과 교사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용자들이 직접 영상물이나 사진 등 디지털 콘텐츠(Contents, 정보)를 제작해 인터넷에 제공하는 UCC(User Created Contents, 이용자 생산 콘텐츠)가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영화이야기는 행사장을 찾은 많은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영화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의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가 '영화인의 콤플렉스'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도전
“어린 학생들이 진로와 진학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닥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비중을 두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전에 비전이 없을 것 같던 한국영화가 이제는 미래가 있는 분야로 급성장했다. 자신의 성격과 취향 등을 곰곰히 생각해 본 뒤, 꼭 영화를 하고 싶다면 우선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최 대표가 영화에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최 대표가 영화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때는 고등학교에서 한 국어교사를 만나고서다.
영화평론을 하던 은사가 수업시간에 생생한 영화촬영 현장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줬고, 영화에 막연한 호감을 가지고 있던 한 소년은 이때 영화인의 꿈을 굳혔다.
그는 이전부터 즐겨찾던 영화관을 더 자주 찾게 됐고, 개봉하는 영화는 거의 다 봤다.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영화 공부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대학진학을 위해 학력고사를 치른 뒤 최 대표는 의도하지 않은 외도를 하게 된다. 학력고사 성적이 당시에는 인기가 많지 않았던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기엔 ‘억울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열망은 높았지만 서울대 역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는 없어 대학생활 기간에도 전공보다 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게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친 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영화에 대한 열망이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꿈틀댔다. 어렸을때부터 간직했던 영화인의 꿈을 이루기 싶었다.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1987년 서울예대 영화과에 다시 입학한 이유다. 체계적인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서다. 졸업후에는 정지영·신승수 감독으로부터 연출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고민 끝에 최 대표는 결국 연출의 꿈을 접고 영화사업자의 길을 걷게 된다.
2001년 11월 영화제작·투자·배급사인 ‘청어람’을 창립해 많은 화제작들을 배급한 뒤 2004년 ‘효자동 이발사’를 시작으로 ‘작업의 정석’, ‘사랑해요 말순씨’, ‘사과’에 이어 한국 영화사상 최고 흥행대작인 ‘괴물’을 제작했다.
‘괴물’의 성공이 있기까지 숱한 우여곡절과 좌절도 있었지만, 그의 도전은 지난해 영화 괴물의 성공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상상
“상상하는 것을 현실화하고 싶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머릿속에 있었던 상상과 아이디어를 감히 펼치지 못하고 억제하곤 한다. 지금의 기술력과 경험으로는 자기의 상상의 세계를 실현시킬 수 없다고 단념하기 때문이다. 영화 ‘괴물’을 통해 미국이 아닌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괴물을 만나고 싶었던 상상을 실현하게 됐다. ‘괴물’은 천재들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억제하지 않고 과감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다. ”
한국 국민 4명 중 1명이 봤다는 영화 ‘괴물’은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다소 황당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살인의 추억’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한강을 배경으로 한 사진에 네스호의 괴물을 합성해 만든 사진 한장이 영화 ‘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최 대표는 봉 감독의 제안을 듣는 순간 아찔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제작비와 완성도, 컴퓨터 그래픽 등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등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지만, 젊은 감독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 자신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렇게 해서 준비기간만 3년의 시간을 소요했다.
하지만 155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확보와 컴퓨터그래픽이 최대 난제였다. 국내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일본 등 외국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적은 비용으로도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외국의 중소 컴퓨터그래픽사를 찾아 미국을 헤매야 했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함으로써 미국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정면으로 맞서는 ‘한국영화’로 국내 스크린을 평정할 수 있었다.
◇‘미래의 최용배’들의 궁금증
이날 특강에는 교사 뿐 아니라 초·중학생들도 참석해 최 대표의 강연을 경청했다. 학생들은 강연이 끝난 뒤 그동안 궁금해하던 영화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학교에서 특별활동 시간에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는 유세형(여울초 6)은 “시나리오를 받고 이것이 될 영화다 아니다는 판단을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해했다. 최 대표는 “시나리오는 일주일에 4~5편 받게 되는데 기존 작가와 지망생의 작품도 많다”고 설명하고 “하지만 지망생들의 작품 중 영화를 할 만한 시나리오를 느닷없이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즉 철저한 기획과 분석, 준비작업을 거쳐 영화를 만든다는 것.
김성민(여울초 6)은 “학교에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주의할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최 대표는 성민이에게 영화 제작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되물은 뒤 “영화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상품이다. 계획된 예산 범위 내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영화 제작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자신있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 추진하고, 그렇지 않다면 신중하게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여중생은 “영화하면 떠오르는 것은 감독, 배우, 촬영쪽을 많이 생각하는 데 최 대표는 어떻게 제작자가 됐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제작자가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판단력”이라며 “저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 것인지, 투자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유치할 것인지, 배급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학생들이 영화를 하고 싶다면 자기의 성격과 소질, 취향을 곰곰히 생각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과 동행한 여울초 장윤희 교사는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직접 영화제작에 참여한다. 콘티, 스토리보드,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촬영도 직접 하면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이번 최 대표의 특강은 아이들이 영화제작 과정의 전반에 대해 알게되는 소중한 시간이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성기자 jau@sjbnews.com·사진=김형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