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술·학교도서관운동 최병흔교사
"생각하고 토론해야 글쓰기 향상"
작성 : 2007-02-04 정진우(epicure@jjan.kr)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토론하라"고 말하는 최병흔 교사.
누구나 '교육'에 대해 하고싶거나, 해야할 말들이 많다. 그만큼 교육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도내는 물론 국가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적지 않은데도 교육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드는 일은 과연 요원한 것일까.
본보는 앞으로 교육의 희망과 미래를 사람에게서 찾기로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물론 각계각층으로부터 '교육업드레이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통해 전북교육의 얽힌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볼 계획이다. '에듀프런티어'다. 특히 이번 달은 일선 학교 교사들로부터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해법을 들어본다.
일선 학교에서 최근들어 두드러진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관심분야가 있다. 논술, 특히 통합논술이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각 대학이 논술고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대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예비수험생은 물론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코흘리개 학생까지 논술에 대한 관심과 두려움을 숨기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논술의 좁은 문을 뚫을 수 있을까.
장계공고 최병흔 교사(45)에 논술을 잘하는 방법을 물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토론하라"고 말한다. 전북국어교사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최 교사는 그동안 독서논술과 학교도서관운동에 천착해왔다. 최 교사가 그동안 추구해온 지향점을 좇아보는 것만으로도 '논술고지'를 쉽게 오르는 노하우를 가늠할 수 있을 법하다.
지난 87년 교직에 입문한 최 교사는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이다. 지난 94년 4년여의 공백을 딛고 학교로 되돌아온 최 교사는 그동안 독서논술 지도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고, 지난 2000년 전주남중에 부임하면서 '도서관운동'에도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 2001년 전주남중이 디지털도서관구축 시범학교로 지정돼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5000만원을 지원받고 '학교도서관의 멀티미디어화'를 주도했습니다. 더 나아가 학교자체예산을 들여 사서를 채용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합쳐져 학교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었죠"
"학교도서관은 운동장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최 교사는 "학교수업-도서관의 결합을 통해 '암기위주 주입식 및 천편일률적인 교육'이라는 그동안의 병폐를 해소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과학수업을 한다고 칩시다. 도서관의 참고자료들을 활용하면 학생들은 교과서의 정제된 내용은 물론 교과서밖의 다양한 시각과 지식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멀티미디어자료가 더해지면 학생들의 학습속도는 더욱 빨라집니다. 앞으로 선진국처럼 학교도서관과 지역도서관이 결합한다면 '도서관=수업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정착될 것입니다"
최 교사는 "도서관에서 해당과목 교사-사서가 함께 고민해 마련하는 '프로젝트수업'이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대안임을 확신한다"면서 "이미 도내 학교 가운데 절반 가량이 디지털도서관을 구축중이거나 완료된 상태지만, 앞으로는 '도서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라는 소프트웨어의 정착여부가 도서관운동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독서논술지도에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장계공고로 자리를 옮긴 최 교사는 학교내 논술교육은 물론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등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논술지도를 시도하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논술=글쓰기의 전부'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논술은 글쓰기의 한분야일 뿐입니다. 이는 지나치게 실용적인 것만 강조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것이죠. 글쓰기는 결코 테크닉이 아닙니다"
최 교사는 "논술입시학원에서 앞다퉈 광고하는 '논술 2주∼3주완성'은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며 "글쓰기교육은 가치관-경험지식-인지적 지식을 높이는데 주력해야하고 단순암기는 철저하게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논술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어야하고 많이 써봐야 한다"는 최 교사는 "이에 못지않게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사의 올바른 지도-효율적인 독서체험을 위한 토론이 더해져야 한다"면서 "이들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논술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다만 시행착오를 달가와하지 않는 학교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제대로 된 논술지도를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서관운동이나 독서논술지도가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을 동반해야하는데도, 학교와 학부모가 이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
최 교사는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라면서 "자녀·제자들에게 무조건 책을 읽어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자신부터 책읽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이런 책을 읽어봐라'고 권하면 스스로 책을 읽는 분위기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글쓰기는 왕도가 없다"면서 "다만 시간투자와 노력여하에 따라 글쓰기능력을 부쩍 키우고, 흐트러진 공교육도 바로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최교사가 건네는 논술교육의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