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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월-27일 유치원을 공교육으로



[정우식칼럼] 유치원을 공교육으로



 2006년 02월 27일 (월) 새전북신문




결혼이 늦은 탓에 40대 중반의 나이에 둘째 아이가 이제야 유치원을 졸업했다. 얼마 전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했다. 지나치게 의례적이기 일쑤인 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나 갈수록 썰렁해진다는 대학 졸업식과는 달리 유치원의 졸업식은 축제에 가까운 학예발표회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참여가 함께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배운 것을 진지하게 따라했고, 선생님들은 그동안의 교육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관장 표창 같은 것은 없었고 모든 아이들에게 각자의 특성에 맞는 상을 만들어 시상을 했다. 그 점이 좋았다. 우리 아이는 ‘시간지킴이상’을 받았다. 가치관의 측면에서 보면 관점을 달리 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보기 좋은 모습이 많았다. 과중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특히 유치원 교사들의 애쓰는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졸업 앨범은 사진마다 아기자기하게 손수 오려 만든 예쁜 문양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밤을 새워 작업했을 교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들과의 헤어짐이 아쉬워서인지 애써 감추려했지만 이따금씩 엿보이던 원장 선생님의 눈물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반 교실에 돌아와서 아이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작별하는 담임선생님의 모습에서도 아이 사랑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유치원 3년간 마음에 걸렸던 것은 연간 200만원을 훨씬 넘는 교육비였다. 이름께나 있다는 대형 사설 유치원이 아니고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소박한 사립 유치원이이어서 비싼 편이 아니었는데도 그 정도였다. 순수하게 납부하는 교육비로만 월 20만원을 넘는 비용은 대부분의 학부모에겐 커다란 부담이다. 급식비며 기타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사립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에 버금가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부모들은 엄두도 못 낼 금액이다.



유치원 교사의 처우 개선해야


그러나 입장을 바꿔 원생 규모나 교사의 수, 수많은 행사 및 활동비용 등을 고려하며 어림 계산해 보니 유치원의 살림살이도 그리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닐 듯싶어 결코 많은 액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반 학원비와 견주어도 그렇고, 4개월도 채 안 되는 한 학기에 강의 조금 받는 게 고작인데도 5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과 견주어도 그렇다. 게다가 유치원 교사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유치원 교사들은 각급 교사들 중에서도 가장 애쓰는 교사들이다. 교육 중간에 보내준 행동발달 관찰기록을 보면서도 놀란 적이 많았다. 아이의 행동 특성을 몇 개 항목으로 나누어 기술한 일종의 생활기록부 같은 것인데 아이에 대한 관찰이 너무도 정확하였기 때문이다.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고교 교사인 나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수많은 힘든 활동을 유치원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애쓰는 대다수의 사립유치원 교사가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적은 봉급일 정도로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이런 유치원 교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올 때가 많다. 시급히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과중한 교육비 부담 경감과 유치원 교사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이 대립적인 문제의 해답은 유치원 공교육화에 있다. 이제 유아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육의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 해결 대책으로서도 이는 매우 시급하다.



다소 어렵더라도 과감히 결단을 해서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제시한 지금이 시작의 적기이다. 유아 교육을 건강하게 키워가는 것, 그것이 곧 교육복지의 출발점임을 믿는다.



/이일여고 교사.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정책기획실장



프로필 : 이일여고 교사. 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정책기획실장, 익산학생신문 ‘벼리’ 발행인, 익산교육시민연대 상임운영위원 등을 맡아 교육운동과 청소년 관련 활동에 힘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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