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은 중요한 체험학습(2005-10-05) - 이미영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는 올해부터 월 1회 토요 전일제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지역 여건상 학교 가까운 곳에 장애인시설, 노인요양시설, 유기농 영농법인 등이 있어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처음 장애인시설 봉사활동을 가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먹서먹해하던 학생들은 오히려 지체 장애우들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금새 친해져 함께 농구도 하고, 손을 잡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노인요양 시설 봉사활동 때는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깨, 팔다리를 주물러드리며 말벗을 해드리기도 하고, 주변청소를 말끔히 하기도 한다. 또한 유기농 벼농사로 오리농법을 하는 논에 들어가 오리를 몰다가 온몸을 흙탕물로 먹칠하기도 하고 농부에게서 직접 농사법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먹거리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봉사활동을 학교단위로 진행하려면 학교장의 철학과 결단(?), 담당교사가 지역사회에 나가 봉사기관을 섭외, 선정하는 노력, 담임교사들의 사제동행 활동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다.
청소년기 봉사 활동은 교실 속에서 공부하는 그 어떤 학습보다 훌륭한 교과서이다. 봉사체험은 우리 아이들의 관심영역이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이웃으로, 지역으로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봉사하는 즐거움은 물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은 체험 활동을 하면, 함께 했던 사람, 공간, 사물 등이 비로소 자신의 세계로 편입되게 되며 사고의 폭을 넓고 깊게 한다.
하물며 인간이 지닌 최고의 선, 나눔의 철학을 체득케 하는 봉사활동이야말로 이 얼마나 중요한 체험학습인가!
학교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중요한 학습으로 인식하여 학교교육과정에 적극 편성해야 한다. 아이들의 봉사체험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봉사활동기관,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해주어야 한다. 또한 현장체험학습(소풍)시 농촌봉사활동, 꽃동네 복지시설 방문 등 연계학습도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한 형식적 봉사점수 따기 활동은 아이들의 올바른 가치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사랑하는 자녀와 함께 가족단위 봉사활동을 생활화해보자. 아이들에겐 백 마디 인성교육보다 부모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월1회 주5일제 토요 휴무일, 가족 봉사의 날로 정해 봉사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로 향하거나 할아버지, 할머니 댁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발굴해주어야 한다. 자원봉사기관, 가정, 학교를 연계해주는 네트워크 체제를 보다 활성화시켜 체계적인 봉사활동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단체, 청소년단체 등도 시민,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봉사체험교실을 적극 운영해보자.
교육청, 자치단체에서는 봉사활동을 돕는 학교사회복지사, 학교, 지역을 연계하는 평생교육사 등을 적극 배치해야 한다.
청소년기 봉사활동은 학습이다. 학교와 부모, 지역사회로부터 봉사 체험을 함께 한 청소년들은 분명 다가올 사회에 나눔의 문화를 생활화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 청소년문제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학교폭력문제, 중도탈락학생, 왕따 문제 등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 주위를 뒤돌아보자. 그들에게 자신이 아닌 이웃을, 가정 환경과 신체적 조건이 다른 친구를, 다양한 세상을 바라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해본 적이 있던가. 야간 자율학습과 학원대신 봉사체험과 우정을 쌓을 시간을 준 적이 있던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읽기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보다 논술 기술자가 되기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다가오는 휴일, 아이들의 손을 잡고 봉사활동을 하러 가자. 분명 우리 아이들은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