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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만 가는 정부의 교육정책 - 일제고사, 수능공개 등



거꾸로만 가는 정부의 교육정책(열린전북 2009.5월호)


- 일제고사 실시와 수능 성적 공개를 보며



- 최선호(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정책기획실장, 완주중 교사)



해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죽은 것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던 나무와 씨앗들이 따뜻한 햇볕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만나 두터운 흙과 가지를 뚫고 새싹을 띄운다. 들로 산으로 나가면, 연초록 새순을 내민 나무와 풀들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봄이 오면 자연이 선사하는 생명의 힘을 통해 우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러나 올 봄 교육 현장은 ‘희망’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다. 올 봄에 교육계는 몇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2008년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임실지역이 전국의 모범으로 떠올랐다가, 3일 만에 성적 조작(실수?)로 밝혀진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전국의 모든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몇 개월 전에 본 시험지와 답안지 찾느라, 답 다시 확인해서 보고하느랴 3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음에도 학교는 정신이 없었다. 그 논란 와중에도 또 다시 3월 31일 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고사가 실시되었다. 그리고 2학기에 보게 될 학업성취도평가와 함께 학교별, 지역별로 성적이 공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 4월 1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232개 시․군․구별로 최근 5년간의 수능성적을 공개했다. 다음날 전북 지역의 일간지에는 “수능 성적 5년새 크게 하락”, ”충격적인 도내 학생들 수능성적“, ”도내 수능 1~4등급 전국 최하위“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바야흐로 학력 신장, 성적 경쟁의 전성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정부가 일제고사, 수능 성적 공개를 강행하는 이유와 그 논리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자율과 책임” 논리를 내세운다. 2008년 4월 15일에 “학교자율화 계획”을 발표하여 학교 단위 자율성을 많이 신장시켜 줬으니, 성적 공개 등으로 학교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둘째, 그동안의 평준화 정책 등이 하향평준화로 이어졌기 때문에 학력 신장과 공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해 지역별, 학교별로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셋째, 정보 공개, 성적 공개를 통해 학교 간 질적 차이 인정하고, 그 교육격차를 줄이는 방향의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논리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보자. 먼저 학교 단위 자율을 주었으니,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성적 공개를 한다는 논리는 어떤가? 2008년 학교자율화 계획에 의해 규제를 폐지하여 자율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0교시 수업 금지’ ‘오후 7시 이후 야간 보충수업 금지’ ‘우열반 편성 금지’ ‘초등 방과후 학교의 교과수업 금지’ ‘사설 모의고사 금지’ 등이다. 이를 통해 학교 또는 지역 단위 자율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자율이 아니라, 최소한의 학생 인권을 보호할 장치를 없애고, 입시경쟁 교육을 부채질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러한 자율은 지역과 학교 단위가 지역사회, 학부모, 교사, 학생 들이 협력하여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지역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하도록 하는 자율이 아니다. 그리고 교육내용 편성권이나 평가권을 교사에게 돌려주는 자율도 아니다. 오히려 또한 일제고사 때 학부모의 체험학습 참여 하나를 인정하지도 못하는 허울 좋은 자율뿐이다.


둘째, 학력 신장과 공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해 지역별, 학교별로 경쟁을 시키겠다는 논리는 어떤가? 정말 한국의 교육이 학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인가? 많은 글에서 인용되었지만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읽기, 수학, 과학에서 최상위권을 달린다. 공교육의 모범이라고 불리는 핀란드에는 뒤지지만, 학력은 세계 2~4위권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업 흥미도와 학습 의욕,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등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교육에서 중점을 둘 부분은 학력이 아니다(물론 학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력, 학습 흥미, 자기주도적 학습 및 문제해결 능력 등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학력 신장을 추진한다면서 더욱 더 학생들을 입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학력신장 방안은 대부분 보충수업 및 문제풀이식 교육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 맞는 미래형 인간도 양성할 수 없다. 21세기는 정보 수집․활용 능력, 독서 등을 통한 사고력과 창의력, 자기관리 능력, 삶의 과정에서 문제 발견․탐색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봉사심과 지도력, 문화적 감수성 등 다양한 능력이 중요시 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능력을 오히려 잃게 만드는 학력 경쟁만을 판을 치게 한다.


셋째, 정부는 성적 공개를 통해, 교육격차를 줄이는 방향의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거꾸로 가는 정책일 뿐이다. 수능 성적 공개 이후 이를 분석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수능 성적 상위 20%의 시․군․구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많고, 경제 수준이 높은 지역이며, 부모의 학력이 높은 곳이라고 한다. 수능성적에 가정의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나 지역의 경제적 수준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물론 분석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험으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 수능 성적 공개에서 보듯 그 지역에 특목고나 자사고 등이 있는 지역의 수능 성적이 높다. 그러면 특수목적고 등 ‘입시 명문’을 유치하려는 자치단체들의 요구가 커지고, ‘평준화 해체론’도 힘을 얻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학교는 우수학생 중심의 교육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학습부진아 등은 교육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만약 여기에 대학의 고교등급제까지 실시된다면, 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농촌지역의 학생들은 성적이 좋은 도시지역으로 몰릴 것이며, 이는 농촌교육의 황폐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진정 수능 성적 공개로 교육격차가 줄어들 것인가? 오히려 교육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모든 것이 다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자율과 다양성을 내세우지만, 입시교육으로 획일화시된 정책만 펴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사고력 및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높여야 할 시점에, 오히려 지나친 학력 경쟁, 성적 경쟁으로 이를 말살하고 있다. 또한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며, 오히려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5월은 교육의 달, 청소년의 달이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할 계절에 이래저래 교육의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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