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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 어떻게 볼 것인가?



학업성취도 평가’ 어떻게 볼 것인가?



최선호(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정책기획실장, 완주중학교 교사)



올 2월 전라북도 교육계는 전국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임실군이 전국에서 학습부진아가 제일 적어 농촌 공교육의 모범사례로 소개되고, 이것이 조작(실수?)으로 밝혀지기까지….


정부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라고 하고, 어느 교육단체에서는 일제고사라고 불리고 있는 시험이 지난해 치러진 후 수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가정통신문을 돌리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교사 십 수명이 파면, 해임되고, 전북의 모 중학교 교장선생님도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임실군 사태에서 서너 명의 장학사와 장학관이 직위해제된 상태다.


그렇게 논란이 많은 상태에서 3월 31일 또 다시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되었다. 현장체험학습 실시, 일제고사 거부와 이에 대한 해임, 파면의 갈등이 펼쳐질 것이 눈에 선하다. 정부는 학습 부진학생을 판별하여, 학습 부진을 없애기 위해 실시한다고 하고, 이를 반대하는 교육단체에서는 학생의 경쟁 가속화, 서열화로 교육이 황폐화된다고 말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의 사회철학자인 롤즈(J. Rawls)의 ‘정의의 원칙’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실마리, 기준을 제공한다. 사회에서의 정의로움이 중요하듯이 교육에서도 무엇이 정의로운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교육이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고, 인간평등을 달성하는 데 관계되기 때문이다. 롤즈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 소질이나 능력, 지능, 가치관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합의하는 정의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도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1원칙(평등한 자유의 원칙) 각자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2원칙(기회 균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a) 그것이 최소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고 (b) 공정한 기회 균등의 조건 아래 모든 사람에게 직위가 개방되어야 한다.



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으로 경제적인 것이 침해할 수 없는 정치적인 기본적 자유의 우선성을 말한다. 여기에서 자유는 정치적 자유, 언론과 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이다. 이러한 기본적 자유는 어떤 경제적 이익, 사회적 이익으로도 침해할 수 없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원칙 중에서 차등의 원칙은 최소극대화(maximin)의 원리로 표현되는 데, 어떤 정책이 사회적 이득의 최대화가 아니라, 최소수혜자의 이익을 최대한 증가시킬 때 그 정책이 정의롭다는 것이다. 최소수혜자가 이득을 보면 연쇄 관계에 의해 그 사이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이득을 볼 것이며, 불평등은 점차 평등으로 수렴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학업성취도평가”라는 교육정책을 롤즈의 정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생각해보자. 먼저 평등한 자유의 원칙이 기회균등의 원칙이나 차등의 원칙보다 우선성을 갖는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평가가 교육적, 사회적으로 어떤 이익을 준다고 하더라도, 기본적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학생(학부모)가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것이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들에게 이를 선택할 자유를 줘야 한다. 또한 교사에게는 학업성취도평가가 교육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막는다고 판단하면, 이를 학부모에게 알릴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평등한 기본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차등의 원칙과 관련하여 학업성취도평가가 최소수혜자(교육소외계층)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주는가? 일단 정부는 표면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진단하여 학습부진아(최소수혜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한다. 즉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학습 부진 학생이 없는 공교육을 만들어, 교육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라면 학업성취도평가를 적극 권장하여, 학습부진아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실시되는 ‘학업성취도평가’가 이러한 목적으로만 진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목적 이외에 성적 공개와 성적 비교를 통한 학교 간 경쟁과 재정의 차등 지원, 교원인사나 교사평가 자료로의 활용 등의 목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듯하다. 더 나아가 학업성취도평가 성적공개는 대학입시에서 고교등급제 실시의 정당성을 제공해, 평준화 해제와 고교서열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된다면 차등의 원칙으로 볼 때, 이는 경쟁과 서열화 및 성적 중심의 교육 강화, 재정의 차등지원 등으로 이어져 오히려 최소수혜자의 이익이 최소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롤즈의 정의의 원칙을 기준으로 할 때, 정부는 사회적 이익을 내세워 교사와 학부모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며, 최소수혜자인 학습부진 학생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는 목표를 두고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학교에 일시에 똑같은 시험을 획일적으로 보게 하는 정책보다는 학교단위 논의를 통해, 학교별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원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평가를 통해 학습부진학생이 많은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함으로써 그들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켜 교육평등을 실현시킨다는 목적을 최우선에 두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평가를 추진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된다면, 그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으며, 지금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찬성해야 한다.


물론 롤즈의 정의의 원칙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논란의 요소도 많다. 다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책에 대해 서로 합의될 수 있는 기준이 거의 없는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다양한 교육정책을 평가해보는 하나의 준거는 될 수 있다. 이러한 준거를 통해 자율형사립고, 국제중학교, 기숙형공립고, 3불정책, 교사평가제, 고교평준화,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대학자율화 정책 등 다양한 교육정책에 대해 평가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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