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임실 성적조작 파문]초등 6학년 담임이 본 임실사태
2009년 02월 19일 (목)
일제고사의 파장, 어디까지 가게 될까?
작년 10월에 실시한 일제고사 결과를 시군단위로 비교 발표한데 따른 사회적 파장이 예상외로 크다. 게다가 임실지역은 기초학력부진아가 전국 최저의 수치로 나옴에 따라 ‘공교육의 승리’ 운운하며 축배를 들었다가 그야말로 3일천하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더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가 교육계에 대한 도덕적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몇 년째 6학년을 담임하고 있는 교사로서 일제고사는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아이들은 시험문제집을 몇 권씩 풀어야만 했고, 학원가는 보충, 보강, 집중학습 등의 이름을 걸고 아이들의 진을 빼놓았고, 학교교실에서는 아침 1교시부터 오후 6교시까지 시험문제를 통해 집중적으로 드릴학습을 하면서 정상적인 학교교육과정의 파행 운영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줄세우기식 교육을 반대하며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학생들의 현장학습을 허용한 교사들을 전격 파면하는 사태와 해당학교 교장에게 중징계를 내리면서 교육계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학교행정으로 급회귀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열린교육을 통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자는 교육계의 사조는 온 데 간 데 없고 이제 학력중시의 학교행정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 ‘학력’이란 것이 어떤 관점의 학력인지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깊이 있는 논의나 동의 없이 단순한 시험결과를 통한 학력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통해 학교에 대한 차등 지원 및 교원인사반영 등의 방법으로 학교교육에 경쟁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자유주의적 교육행정이다.
과거 80~90년대에 초등학생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그 당시의 병폐들을 기억할 것이다. 학생들은 ‘다달학습’이니 ‘이달학습’ 등의 월간학습지나 각종 총정리를 구입해서 경쟁적으로 반복 학습했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그 학생을 대우하고 지도하는 모습들로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가? 친구들끼리도 한 문제를 가지고 아옹다옹하고, 선생님의 채점오류에 대해서도 얼마나 민감하게 아이들은 열을 올리며 경쟁했던가 말이다.
또 한편 우리사회는 농촌학교의 학생수 감소와 문화적, 경제적 소외로 인한 수 많은 잠재된 문제를 안고 있다. 시골학교 한 학년에 10명이 되지 않는 학생들 속에 한부모 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시골학교의 교육문화는 도시학교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한 나라이지만 학교는 서로 다른 나라 학교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을 지경이다. 그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똑같은 잣대로 줄을 세워 차별하겠다는 교육정책은 그 의도가 제아무리 순수하고 열정이 넘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부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었다. 교육과정에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고, 교육과정의 성패를 확인하고 점검하고 교육방법에 재반영하는 자료로 삼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교육학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그러한 제반과정에서 중심은 반드시 학습자여야 한다고 배웠다.
시군간 성적비교와 성적조작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지금, 일제고사와 그것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서,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사,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철학적 고민과 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김진성(비봉초 교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