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학교와 학생을 무한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반대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15일 “일선 초․중․고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며 교과부 지침 29가지를 폐지하는 내용의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0교시 수업 금지’ ‘오후 7시 이후 야간 보충수업 금지’ ‘우열반 편성 금지’ ‘초등 방과후 학교의 교과수업 금지’ ‘사설 모의고사 금지’ 등의 지침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교과부의 지침 폐지는 단위학교의 자율화라는 미명아래 학생에 대한 인권을 보호하고, 지나친 입시위주의 교육을 막아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교육을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일 뿐이며, 학교를 입시학원화하고,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조치일 뿐이다. 이에 우리 지역에서 학교 교육의 대안 마련과 청소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이사장 이미영, 원장 최순삼)은 이번 지침 폐지 조치를 반대한다.
‘0교시 수업 금지’ ‘오후 7시 이후 야간 보충수업 금지’ ‘사설 모의고사 금지’ 등의 폐지는 입시교육을 강화하여 학교를 입시학원화시킬 것이다. 한국 교육에서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중시되는 21세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입시위주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가 있었던 상황에서도 고등학교에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입시 위주의 교육을 실시해 왔다. 이번 지침 폐지 조치는 이러한 입시교육 열풍에 기름을 붓는 조치이다.
또한 ‘우열반 금지’ 지침 폐지는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아 학생들의 삶은 더욱 황폐화될 것이다. 지금도 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나친 경쟁 상태에 있으며, 상급학교 진학과 학력을 신장한다는 이유로 많게는 하루 15시간 이상씩 학교에서 생활해야 하는 공부 기계가 되는 실정이다. ‘우열반 금지’ 규제 폐지는 성적우수자 중심의 학교운영으로 인해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며,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조치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중학교까지도 인성교육이나 특기적성 교육이 축소되고 입시위주 교육을 강화시킬 것이다. 지금 전라북도의 학교 현장은 전라북도교육청의 학력신장 대책으로 인해 중학교도 강제적 보충수업이 확대되고, 야간자율학습이 실시되는 학교가 늘어나는 등 과거 입시위주 교육으로 회귀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자율형 사립고 확대 정책, 진단평가 실시와 학교․학생 간 성적 공개 등으로 인해 이미 초․중등 교육까지 입시 위주 교육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번 규제 폐지 조치는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진정한 단위 학교의 자율화는 현재의 입시 위주의 교육을 극복하고, 올바른 전인 양성이라는 교육의 본질적 목표에 맞게 단위학교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시되는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입시 위주의 교육에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규제 장치마저 없애버린 교과부의 이번 규제 폐지 조치는 진정한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가로막을 뿐이다. 오히려 학교 현장에 심각한 부작용만을 초래할 뿐이다.
2008년 4월 16일
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