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123인 교육시국선언]
전북교육 다 죽이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심각히 우려한다.
- 교육 양극화 심화, 사교육비 부담 폭증시킬 밀실 교육정책 -
대통령직인수위가 준비 안 된 한탕주의적 교육정책을 남발하면서 국민에게 혼란과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통령당선자와 인수위는 스스로의 교육철학과 정책 부재를 감추기 위해서인지 교묘하게도 사회적 관심을 온통 영어교육 문제에 묶어두었다. 그러나 문제는 졸속적인 영어교육정책 정도에 있지 않다.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입장을 밝힌다.
자율과 경쟁에 감춰진 교육 양극화 심화 - 열악한 전북교육에 가장 치명타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학 자율화, 고교평준화의 사실상 폐지, 학교 간․교원 간 경쟁 유도 등을 큰 기조로 삼고 있다. 한마디로 ‘자율과 경쟁’이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는 자율과 경쟁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교육복지의 실종과 특정계층만을 위한 정책 방향은 이미 두드러지게 표면화되고 있고, 지역교육(지방이라 불리던 중․소도시와 농․산․어촌 교육-이제는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교육이 될 가능성이 높다.)의 초토화까지 극단적인 교육 양극화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현실 속에서 자율과 경쟁은, 현재에도 심각한 지경에 이른 교육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려는 의도의 산물이며 신자유주의를 미화하여 포장한 것일 뿐이다. 이것이 새 정부의 교육정책 평가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우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특히 새 정부의 교육정책들은 지금현재 경쟁력이 낮을수록, 열악할수록, 소외되어 있을수록 더욱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오랫동안 낙후되었고, 농산어촌과 소규모학교가 많은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간신히 버텨온 전북교육에는 재앙에 가까울 정도의 치명적인 타격을 줄 정책들이 수두룩하다.
대학자율화는 내신무력화와 본고사 부활로 이어지고 대학과 고교를 서열화하게 되므로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이 취약한 지방대학은 명맥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전북의 고교들 역시 경쟁에서 더욱 낙오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고교 평준화 폐지는 특정 고교 진학을 위해 중학교와 초등학교까지 입시 몸살을 앓게 하여 공교육을 다시 파행으로 내몰고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도내에 자사고 하나만으로도 그 폐해가 적지 않은데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자사고와 유사한 형태의 학교가 1개만 더 생겨도 그 부정적 파장은 전북의 모든 고등학교가 떠안아야 한다. 전북에서 평준화 실시로 소위 명문대 진학생 수가 비평준화 시절보다 두 배 정도로 늘었다가 다시 자사고 등장으로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시사해주는 바가 적지 않다.
이밖에도 이미 폐지가 선언된 수능등급제, 학생 수 기준 예산 배분, 3불 정책 폐지, 대입 지역균형선발 축소, 내신무력화, 영어 공교육 등도 모두 전북교육에는 버거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거의 모든 정책들이 교육복지 축소와 무한경쟁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사교육비 증가를 필연적으로 수반하기 때문에 충분한 교원 확보조차 어렵고 경제적으로 낙후한 전북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영어 공교육 정책도 극히 일부만을 위한 정책일 뿐
‘영어 공교육’은 교육 양극화 정책의 한 단면을 내포하고 있을 뿐이다. 언뜻 보면 영어교육 강화 방법론의 문제인 것 같지만 핵심은 누구를 위한 교육이냐이다.
영어교육은 소득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영어교육이 충분히 준비되었거나 준비할 수 있는 일부 계층에서는 환영할 일인지 몰라도 대다수의 서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고 벌써부터 영어 사교육 시장의 열기는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졌다.
일반 과목까지 영어로 교육하겠다는 ‘영어몰입교육’ 방침은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자 슬그머니 물러서 ‘영어 공교육’으로 둔갑시켰지만 인수위의 얕은 교육철학 수준과 정책능력 부재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영어가 중요하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계획하고, 전문적인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그만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데도 이를 외면한 채 수조원이 넘는 엄청난 비용과 사회․교육적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방식을 일방적으로 고집하며 밀어붙인다면 대단히 어리석은 짓이다.
더구나 ‘기러기 가족’이 늘어나는 것도 입시교육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인데 마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너무도 천박한 인식이며, 영어 공교육 정책을 사교육 문제 해결방안인 것처럼 내세우는 데서는 아연실색할 뿐이다.
인수위는 사회․경제적 능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의 문제 인식에서 출발하기보다는 보다 넓고 멀리 바라보는 교육대계를 세워야 한다.
절대다수인 서민을 배려하는 교육정책에 우선순위 두어야
교육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을 당선자나 인수위는 애써 외면하거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학교현장에서는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교육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고 스스로 낙오자라는 열패감에 젖어 생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많은 교사들이 영어교육은 고사하고 우리말로라도 정상적인 수업이나마 제대로 이루어지는 때가 왔으면 하는 절박한 바람 속에서 교육에 임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경쟁력이 갖춰진 계층이나 학생들에게 투자를 집중하기보다는 교육소외계층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는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절대다수인 서민들을 더 염두에 둔다면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지금 요란스럽게 쏟아내고 있는 정책들은 서민들과는 거의 무관한 것이거나 서민들에게 불리한 것들이다. 과욕이라 할 정도의 지금 그 열정으로 교육문제의 핵심 고리를 올바르게 찾아 추진한다면 무슨 일인들 못 이루겠는가?
인수위는 설익은 정책 생산보다는 공론의 장을 열고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해야
정부의 역할은 겨우 생활영어 정도를 가르치는 문제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도록 호들갑 떠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의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희망이라도 만들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잘못된 정책 때문에 교육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까지 보다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 양극화나 사교육비 증가, 기러기 가족 등의 문제는 모두 하나같이 왜곡된 입시교육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가 이런 실정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입시 과열과 교육열 왜곡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는 비단 정권의 불행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적 재앙에 이르게 될 것이다.
철학과 정책적 비전이 없으면 아예 손대지 말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 차라리 현명하다. 인수위원회는 ‘혁명위원회’가 아니다. 교육마저 단기간에 모두 바꾸겠다는 과욕은 곧 오만과 독선이다. 당선자와 인수위는 밀실에서 설익은 정책 생산에 급급하기보다는 공론의 장을 열어 놓고 보다 현명한 방안이 나오도록 여론을 수렴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가는데 주력해야 한다.
새 정부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열망이 ‘학벌타파와 대학서열화 해소, 입시교육 개혁, 사교육비 경감, 유․초․중․고 교육정상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복지 확대’ 등에 있음을 명심하고 교육정책을 국민과 함께 수립해갈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제 단체와 개인은 이명박정부가 올바른 교육철학과 정책을 수립하여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무능과 독선으로 흐르지 않도록 끝까지 견제하고 감시할 것임을 선언한다.
2008년 2월 19일
선언인 대표 :
문채병 [전북교육시민회의(준) 공동대표,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
한규채 [전북교육시민회의(준) 공동대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황만길 [전북교육시민회의(준) 공동대표, 익산교육시민연대 공동대표, 사)지역농업연구원 원장]
정우식 [전북교육시민회의(준) 집행위원장]
참가 단체 :
전북교육시민회의(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사)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익산교육시민연대, 전북농촌교육연구회, 진안교육발전연구회,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전북지부]
개인 :
강유희 고양곤 김경태 김금녀 김기운 김남규 김명희 김민수 김민지 김복수 김복희 김상오 김선태 김여명 김 영 김영근 김영기 김영춘 김용만 김용호 김원주 김윤수 김정희 김종건 김주성 김진왕 김태현 김혜란 김혜옥 김홍기 김환표 김효진 노장환 라용희 문동영 문채병 박귀열 박기업 박만훈 박 민 박성준 박순희 박영진 박일범 박종훈 박지영 박찬숙 박현숙 방신영 백종만 서양렬 서지영 서진용 서진현 손주화 송동한 송병주 송승용 송정란 송호진 신성하 신춘호 심병훈 안호영 양경자 양상춘 염경형 오교만 우덕희 유남현 이광희 이미영 이병률 이상민 이상민 이상훈 이석영 이선의 이선형 이수금 이 숙 이승기 이영환 이영훈 이윤형 이익재 이재훈 이종명 이종원 이중호 이진호 이진홍 이창엽 임성진 임양호 임종철 장재성 전선영 정병삼 정서윤 정영덕 정우식 정은숙 정지원 조경숙 조원호 조현숙 주중일 정철희 최경애 최규영 최병흔 최선호 최순삼 최재석 최훈창 편윤선 한규채 한은수 한정문 허인석 허정천 황만길 [이상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