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실험장 '개성공단'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작성 : 2007-05-22 전북일보(desk@jjan.kr)
개성은 너무도 가까운 곳이었다.
지난 5월초, 우리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일행 5명은 이재봉교수가 대표로 있는 '남이랑 북이랑' 단체의 도움으로 개성 공단을 방문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단 하루 동안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개성 공단은 우리 일행에게 통일의 희망을 보여 주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개성공단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모두는 광활한 공단 규모에 놀랐고, 2000만평(여의도면적 8배)에 달하는 개성 경제특구 계획은 꿈이 아닌 현실로 느껴졌다. 우리가 방문한 00공장안에서는 북녘의 노동자들 700여명이 남녘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생산된 완제품은 이튿날 서울로 운송되어 백화점 등에 진열돼 팔리고 있단다.
개성은 2년 전 평양방문을 통해서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평양방문 때, 북녘의 산하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느꼈다면, 개성 공단은 남북의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한 곳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일상적 공간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거대한 장으로 느껴졌다. 평양에 갈 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개성은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휴전선을 통과하여 갔다. 개성은 평양보다 지리적, 시간적 거리가 가깝기도 하지만 남북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개성공단의 사회적 거리는 평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3년부터 1단계 개발사업이 진행되어 2007년에 마무리되며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공단으로 조성되고 있다. 현재 시범지구와 1차 지구에 신원, 로만손 등 약 30여개의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에서는 13000여명의 북녘노동자와 700여명의 남녘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얼마 전 53만평에 달하는 2차 지구가 공고, 분양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한 분양, 투자설명회엔 약 400여명의 남쪽의 중소기업인들이 참여하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현지 기업인에 의하면 북녘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교, 전문대를 졸업한 고급인력으로 매우 성실하여 생산성이 높다고 전한다. 더구나 중국,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인건비상승, 각종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월 57.5불 임금의 개성 공단은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아닌가!
그러나 개성공단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지 공장의 걱정은 더 많아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 통일정세의 유동적인 문제일 것이요. 둘째로는 입주기업들의 각 종 지원, 혜택의 법률적인 문제이며 세 번째는 사람이나 물자의 통행, 통관절차의 복잡성 문제이다. 다행히 지난 4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성공단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개성공단지원법)"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조세감면혜택, 직접대출, 4대 보험 등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일단 숨통은 트인 것 같다. 또한 정부는 외국 수출시 개성공단 생산품을 Maid in Korea 제품으로 인정하여 수출에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녘의 직원들은 대개 2주에 한번 정도 집에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개성은 충분히 서울에서 통근이 가능한 지역으로 이들의 출퇴근문제도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개성공단의 성공 여부는 뭐니뭐니해도 남북화해와 통일정세에 달려 있다. 기업들이 안심하고 진출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야말로 선결조건 아닌가!
개발주체인 현대 아산 측의 설명에 의하면 개성경제특구(공업지구, 상업지구, 관광지구) 건설이 완성되면 개성은 35만 여명의 북녘노동자와 만 오천여명의 남측기술자, 노동자, 일반 시민 등 50만 여명의 도시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은 통일의 맥박이 고동치는 개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방하여야 한다.
남과 북의 사람이 함께하는 통일의 실험장, 남과 북이 상생할 수 있는 경제 교류협력의 장, 개성을 적극 열자.
최고의 통일교육은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일이리라.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