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삼 기고] 논술교육의 의의
2007년 03월 27일 (화) 새전북신문
논술이 교육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대학에서 입학전형의 중요한 요소로 논술이 강조되면서 입시교육에 최대의 관심 사항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논리적 글쓰기를 틀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습득하고 논제마저도 암기하여,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의 향상과는 무관한 교육이 되고 있다.
논술교육을 왜 해야 하는가?
우선 일상사에서 언어를 통하여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이다. 상식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내 생각과 주장을 드러내면서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내 주장이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주장이 틀릴 수 있다는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열린 마음과 비판적 사고는 자연스럽게 개인 상호간에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삶의 태도로 이어진다. 일상에서 ‘다름’과 ‘차이’를 알게 하는 합리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갖게 하는데 논술교육의 의의가 있다.
둘째 학교교육을 변화시켜 가기 위해서이다. 논술교육에서 강조하는 논리력과 사고력은 단순히 기존의 지식을 암기하고, 정답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길러 질 수 없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하고, 그 해결과정을 탐색하는 과정에서만 길러질 수 있다. 또 그 동안의 학교교육이 교사 중심의 일방적 주입 과정이었다면, 논술교육은 학생의 입장에서 토론 및 글쓰기를 통하여 논리적?비판적 관점을 길러가는 학습이다. 이처럼 논술교육은 학교교육에서 교육내용과 교수-학습방법을 변화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우리 사회를 민주시민사회로 완성시켜 가기 위해서이다. 불완전한 시민혁명과 통일된 근대 민족국가 수립에 실패한 한국사회는 여전히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전근대적 인간관계가 지배하고 있다. 권리를 가진 ‘개인’들이 상호존중을 전제로 쟁점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합의, 입장의 차이를 확인해가는 토론문화는 아직도 우리의 일상에서 낮설다. 사회적 쟁점에 대하여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안목을 갖게 하는 논술교육은 우리사회의 전근대성을 극복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토론문화가 부재한 사회에서 ‘개인’이 토론을 통하여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기 위해서 논술교육이 필요하다. 말이 중시되고 말이 통하는 민주시민사회로 가는 길에 논술교육의 의의가 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21세기에도 우리사회는 여전히 성 차이, 지역 차이, 학교 차이, 나이 차이, 신체적 조건 차이에서 오는 편견과 차별로 얼룩져 있다. 논리나 합리적 이성이 아닌 차별과 권력에 의한 억압이 존재하는 곳에 논술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입시를 위한 또 하나의 과목으로 변질되어 가는 논술교육이 학교교육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몇 가지 물음에 지속적으로 답해야 한다. 논술교육의 목적, 의의, 방향성 등에 대한 끊임없는 담론 생산만이 논술교육을 힘차게 하며, 입시논술도 바로 세워 갈 수 있을 것이다.
/최순삼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