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칼럼] 우리 독립국가 맞아?
2006년 08월 14일 (월) 새전북신문
61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만 맞을 수 없는 심정이다. 독립된 지 벌써 환갑이 지났건만 구석구석에 식민과 사대(事大)의 잔재가 남아 있는 탓이다.
며칠 전, MBC ‘느낌표’에서 민족사학자이며 독립투사이신 단재 신채호 선생이 아직도 무국적자라는 사실이 방송되었다. 일제가 호적을 바꾸라고 강요했지만 단재를 비롯한 많은 애국지사들은 끝까지 거부했다. 한용운 선생의 시에도 이런 정황을 말해주는 구절이 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 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라를 위해 고통스런 망명생활을 했고 끝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감옥에서 생을 마친 수많은 애국지사들은 조국의 국민이 되지 못한 채 무국적자로 남고 그 자녀들은 사생아가 되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단재 선생 며느리의 말씀이 오래도록 아리다. “매국노들은 고고 손자까지도 매국노의 땅을 찾는데... 차라리 매국을 하셨더라면...”
명품 논란도 언뜻 보면 허영심에 국한된 문제인 듯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밑바닥에는 사대주의가 깔려 있다. 명품 시계 사기극과 ‘180년 전통의 이태리 명품’이라고 떠들던 초고가 시계의 허위 과장 광고 등이 사회적 충격에도 끄떡 않고 여전히 되풀이되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이런 거창한 이름들에 적잖이 집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두 호화사치품이라 불렸는데 이제는 슬며시 명품으로 둔갑했다. 그만큼 우리 의식이 둔감해진 것이다.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이 혈안이 되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도대체 우리가 주권국가에 살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반대한다는 것만으로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이 거대한 언론과 정치인들의 주장이 그렇게 천박하거나 국익에 저해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내세우는 반대 명분은 한미 동맹 와해 우려, 안보 불안 정도인 것 같지만 이것으로는 이미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주권국가의 언론이고 정당이라면 오히려 반대 명분을 이렇게 해야 할 것이다. “주권국가로서 작전권 환수는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의 독립성은 높이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많은 문제를 가져오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한 작전권 환수 추진은 군비축소와 평화 정착이라는 과제를 위협할 수 있다.”, “한미연합사 체제가 해체됨에 따라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주한미군사령부가 주변국가, 특히 북한에 대해 어떤 작전계획을 세우든지 우리의 개입 여지가 줄어듦에 따라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미국을 상대로 이의 해결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정부에는 미국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더욱 자주적인 태도로 외교를 펼칠 수 있도록 충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 또한 자주 독립 국가 논리를 펴려면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등의 문제를 사과하고 작전권 환수의 전제로 국방비 증액 등을 바탕에 깔고 있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작전권 환수와 관련하여 “이 정권을 보면서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이 자꾸 떠오른다.”고 극언한 인사가 있었다는데, 나는 자꾸 그가 이완용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정책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