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칼럼] 단체장에 바란다
2006년 07월 03일 (월) 새전북신문
어제 도지사와 각 시장, 군수 등 단체장들의 취임식이 열렸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업무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았겠지만 가슴 벅찬 기쁨이 그보다 더 컸을 하루였으리라 짐작이 간다. 단체장들의 벅찼을 가슴만큼이나 순수한 마음으로 우선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벌써부터 어느 지역 단체장은 함량미달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또 어느 지역에선 선거 전에는 동정표를 호소하더니 당선 뒤에는 목소리부터 확 바뀌어 그새 목에 힘이 들어가고 권위적으로 돌변했다는 우려가 떠돌기도 한단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제발 근거 없는 풍문이거나 선거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잠시의 악담이길 바라며 새 단체장들에게 한 가지만 당부한다.
이번 선거에서 거의 모든 단체장들이 ‘경제 살리기’를 공약이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 짚어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어떤 모습의 경제 살리기인가에 대한 논의는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은 면이 있다. 이를 도외시한 경제 살리기 구호는 매우 허구적이거나 기만적인 공염불일 가능성이 많다. 미룰 수 없는 양극화 해소와 삶의 질 향상 경제 살리기가 물론 중요하지만 ‘양극화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소홀히 다루거나 우선순위에서 밀어내서는 안 된다. 경제 살리기가 수단이고 과정이라면 이 둘은 결과이고 목표이기 때문이다. 목표이기 때문에 조금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고 생각하면 그 역시 판단착오이다. 목표와 과정은 분리될 수 없다. 매순간 목표를 조금씩 실현해 가지 않으면 영원히 그 목표는 성취되기 어려운 법이다.
수도권 경제권력 집중으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 대형할인마트에 의한 재래시장과 중소자영업의 몰락, 극장 영화산업은 물론이고 학교급식산업까지 모든 분야에 걸친 대기업 잠식 현상, 저소득층의 증가 등에서 보듯이 경제 살리기보다도 더욱 문제가 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자본과 부의 편중이라 할 수 있다. 지자체별로도 능력 밖의 일이라 외면하지 말고 조례제정 등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립해 나가길 바란다.
경제를 살려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선 삶의 질 얘기만 나오면 배부른 소리를 한다거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올바르지 않은 태도이다. 김완주 도지사가 어제 취임에 앞서 가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약이 경제 살리기만 강조하다보니 복지, 환경 등 삶의 질 향상을 소홀히 한 점이 있어 이를 정책적으로 다듬고 보완했다는 대담 내용이 있어 반가웠다. 출발 시점에서 단체장이 이러한 인식을 가진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경제를 살리기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 옛날보다는 나아졌다고 합리화하기 쉽지만, 장애인이나 노인, 저소득층, 청소년 등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일을 하며 직접 부딪혀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직은 너무도 미흡함을 항상 느낀다. 환경 분야도 지나친 경제우선논리나 개발논리로 무장한 채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 부칠 일이 아니다.
지난 3기 시절에는 그 점이 많이 아쉬웠다. 익산에서도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이 아름다운 금강권 웅포지역에 문화, 역사, 생태, 자연경관을 결합한 테마관광단지 또는 공원을 줄기차게 건의했건만 이를 묵살하고 골프장 건설을 강행했다. 환경과 문화적 자산 보전 측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의 경제적 가치 창출 면에서도 두고두고 통탄할 일이다. 이런 우를 더 이상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단체장들이 이임식 때도 처음처럼 모두들 지역주민들의 축하와 환호 속에서 임기를 마치길 진심으로 빈다. 더불어 그 지역 후손들에게까지 찬사와 존경이 끊이지 않기를...
/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정책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