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수업 대비 학교들이 나서야 한다 (정우식 칼럼)
2005년 03월 27일 (일) 15:13:36 새전북신문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주5일제 휴업일을 보냈다. 많은 학교가 대책 없이 그냥 하루 쉬는 날 정도로 대처했고, 인문고의 경우에는 등교하여 자율학습을 하도록 한 학교도 적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교사와 학교의 입장에서 보면 주5일제 휴업일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여건이 매우 미흡하고, 이에 따라 모든 책임과 부담이 학교와 교사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지는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시급히 개선할 점이다.
그러나 제도적 여건 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주5일제 휴업일은 입시위주 교육으로 말미암아 균형을 잃고,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상당부분 황폐해지기까지 한 학교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가정과 학교, 자치단체와 기관은 물론이고 모든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각자 가정에서 자기 자녀에 맞는 활동을 고민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하고도 시급한 것은 학교나 기관, 자치단체의 노력이다. 그중에서도 학교의 역할은, 프로그램 운영이 상업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문제는 학교의 부담이다. 시간적, 경제적, 인적 부담뿐 아니라 기획력과 안전상의 부담까지 온통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들은 교육 당국이나 자치단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을 학교로만 불러들이고 자체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할 게 아니다. 지역의 수많은 사회단체, 문화 관련 단체, 박물관, 도서관, 문화의 집, 체육시설, 청소년수련관, 자치단체, 대학, 기업 등을 적극 활용할 생각을 열어놓고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청소년-가정-지역사회-학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네트워크에 중심에 학교가 자리해야 한다. 그 길만이 학교의 진정한 역할과 교육적 권위를 되찾고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교육 당국이나 자치단체는 학교가 그 역할에만 전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함께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방법이야 왜 없겠는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음을 믿는다. 우리 아이들이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고르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정우식(이일여고 교사·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정책기획실장)